분류 전체보기19 호박 호박 정예찬 할머니 집을 마지막으로 간 날 그 많은 호박이 언제 할머니 집으로 전부 들어갔는지는 몰랐다 조금씩 들어온 호박들은 그 조그마한 집 구석구석에서 얼마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가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것들을 가지겠다는 가족들의 이야기라는 것들이 오갈 때 그것들을 조용히 들었다 호박의 무게마다 집 비어있는 구석구석마다 목을 빼도 보지 못한 그리움을 가지며 하루를 보냈다 호박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면 쓸모없는 것들이라며 씨앗을 긁어낼 것이다 그리고 비어있어도 부드러운 속을 보여줄 것이다 2021. 3. 24. 팔찌 팔찌 정 예 찬 남미의 어느 길 전통 팔찌를 만든다는 늙은 집시 그가 앉은 나무의자와 같던 손 오른쪽 실은 가만히 왼쪽 실이 다가오면 오른쪽 실을 돌아보게 그게 가는 길로 돌아오는 그게 팔찌란다 이방인과 인연을 하나 엮어 자신의 살에 매듭을 새기고 끈이 되는 과정 어디를 가도 다시 돌아오는 그게 집시란다 엉킨 삶은 풀어지지도 끊어지지도 않아 난 오랜 시간을 인연을 꼬아보려 그를 기다렸어 바람이 들어 늙은 집시 제 자신의 끈에 마감질을 했어 전통팔찌를 만드는 집시 이제는 팔러갔는지 바람만났어 2021. 3. 23. 무지공책 무지공책 정 예 찬 내용도 모를 17페이지 정도를 뜯어내고 나면 해져버린 새로움이 있다. 재활용 자락의 도피로 날카로운 철사의 끝에 몸을 문대 숨구멍 같은 자유를 맛보기도 한다 광장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못했다. 그 줄 없는 행렬에 팔꿈치만 저대로 간다 균등하고 정의롭지 못하게 공책 중간 몇 년 전 소년이 쓸데없는 말로 질문을 한다. 난 답변 없이 무심히 풀어낸다. 다음 새로운 재활용 장 뒷면은 숨도 못 쉰 채 노끈에 묶여 다른 삶으로 생을 이어가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질기게만 2021. 3. 23. 반지하 반지하 정 예 찬 낙엽이 모인 윗창문에 가로등 빛이 떨어지면 뒤집어진 하늘과 무중력을 느낀다. 뿌리를 못 내려 하늘에 누워 별들 사이에 온도를 잰다 -굳이 가까워지지 않아도 될 그 정도의 온도- 한 구석 페트병은 별빛을 깨트려 이 방이 얼마나 컸던가를 말하고 있다. 내게도 부서지면 팔지 못할 그들의 값을 헤아리며 내 몸에도 밤이 얼마를 차지했는가 따졌던 것들을 생각한다. 깜빡 죽어가는 가로등 점멸하는 별 2021. 3. 23. 화분 여권 만들기 화분 여권 만들기 정 예 찬 수국의 여권은 공항 직원이 찾았다. 여행을 가기 위해 3시간 얼굴은 술이 보이게 잎으로 지문을 보이고 치부를 보이며 뿌리 아래까지 활짝 핀 날부터는 독로의 시간뿐이다. 날아가는 바람이 차지만 그걸 막아줄 유리막이 없다 지탱 못하는 무릎은 점점 굽어간다. 잎들에 주름이 생기는 동안 필름의 바퀴를 굴렸다. 사흘. 그 다리를 끊어 물을 준다. 날 위한 아스피린 한 알 장님의 손짓, 앉은뱅이의 몸부림을 셔터로 당기는 그 정도였다. 조식이 있기 전 수국은 창문 밖 하늘처럼 파름했다. 공항 직원이 말한다. 통과입니다. 가공된 시체는 출입 가능 품목이었다. 2021. 3. 23. (선발대)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탐식의 재림] 한줄 요약. 별점 ★★★★☆ 작가의 필력이 정말 좋습니다. 주인공의 상황이나, 심경을 입체적의로 표현해서 글에 흡입력이 있습니다. 다른 장르 소설에 비해 클리셰도 덜하고 스토리가 갑자기 산으로 가는 상황도 없습니다. 결말도 완벽하구요. 하지만 하렘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보다가 가끔 불편할 수 있어요. 저는 하렘물을 별로 안좋아해서 완결까지만 보고 외전을 못봤어요. 하지만 내용이 신선하고 재밌어서 충분히 완결까지 한 호흡으로 가져갈 수 있는 작품 입니다. 탐식의 재림은 웹소설 중 처음으로 완결까지 본 웹소설입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카지노에 빠져 가족과 지인들에게 버림을 받은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의 영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매력을 느낀 부분은 주인공에 대한 입체.. 2021. 3. 14.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