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정예찬
할머니 집을 마지막으로 간 날
그 많은 호박이 언제 할머니 집으로
전부 들어갔는지는 몰랐다
조금씩 들어온 호박들은
그 조그마한 집 구석구석에서
얼마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가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것들을 가지겠다는
가족들의 이야기라는 것들이 오갈 때
그것들을 조용히 들었다
호박의 무게마다
집 비어있는 구석구석마다
목을 빼도 보지 못한 그리움을 가지며
하루를 보냈다
호박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면
쓸모없는 것들이라며
씨앗을 긁어낼 것이다
그리고 비어있어도
부드러운 속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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