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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

호박

by 위차 2021. 3. 24.

 

                                                        정예찬

  

할머니 집을 마지막으로 간 날

그 많은 호박이 언제 할머니 집으로

전부 들어갔는지는 몰랐다

 

조금씩 들어온 호박들은

그 조그마한 집 구석구석에서

얼마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가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것들을 가지겠다는

가족들의 이야기라는 것들이 오갈 때

그것들을 조용히 들었다

 

호박의 무게마다

집 비어있는 구석구석마다

목을 빼도 보지 못한 그리움을 가지며

하루를 보냈다

 

호박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면

쓸모없는 것들이라며

씨앗을 긁어낼 것이다

그리고 비어있어도

부드러운 속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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